투자이야기

너무 사소해서 사람들이 말 안하는 중요한 팁(고구마)

껄껄껄 2022. 11. 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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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수확 후기, 고구마 맛있게 보관하는 법 등 고구마에 대한 어지간한 궁금증들은 대부분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 등에서 엄청 쉽게 많이 접할 수 있다. 특히 수확후기와 맛있게 보관하기 방법은 매우 많다. 그만큼 중요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기 때문.

하지만 나처럼 이제 처음 작물을 심었거나 처음 수확하는 사람, 농부가 아닌 도시텃밭을 일구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좋은 팁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이런 팁을 따라갈 깜냥이 안되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급 정보인지라 낫과 호미가 어떻게 생겼고 어디가 손잡이이며, 고구마가 땅 속에 열리는지 줄기에 매달려 열리는지도 모르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고급정보라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마치 걸음마를 뗀 아기에게 육상선수의 비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나는 처음 농사를 접하면서 이렇게 중요한 데 왜 아무도 안알려줘서 고생했을까 싶었던 것들이 많이 있었다. 너무나 사소해서 설마 이것도 모를까? 싶은 것이 많아서 아마 주변 사람들은 말을 안해줬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인터넷 정보도 설마 이것도 모를까? 싶은 것들은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겪은 고생이 다른 사람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너무나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고구마 수확에 있어 말이다.

  1. 고구마 수확은 아침부터

다른 작물들과 마찬가지로 고구마 수확은 아침부터 진행해야 한다.

유튜브나 블로그 글로 보면 만만해(?) 보여서 그리고 난 밭이 작으니까 한 반나절만 시간잡고 점심 먹고 느즈막히 밭에 갈 수 있다. 일반 텃밭 크기로 10평이내 넓이니 금방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맞다. 수확은 2시간이면 된다. 단지 흙 속에 고구마를 땅 위로 끄집어올리는 것이 2시간이다. 하지만 고구마를 땅 위로 올리는 것은 가장 간단한 일이다. 고구마를 캐내기 전에는 밭에서 안전히 걸어다니기 위해 질긴 고구마 줄기를 잘라 통로 옆에 버려야 한다. 널부러진 줄기에 걸려넘어질 수도 있고, 고구마가 어디쯤에 있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

고구마 줄기를 잘라 한 곳에 모으는게 시간은 1시간 이내로 끝나지만 무게때문에 체력을 꽤 소진시킨다.

땅 속에서 캔 고구마는 4시간 정도는 햇빛에 말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10월 기준 우리나라는 오후 4시부터 찬바람이 분다. 고구마 줄기를 자르고, 캐고, 말리는 작업을 했다면 땀이 좀 났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오후 4시 5시 찬바람을 쐬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2. 고구마에서 햐얀액이 나와요 괜찮은가요?

땅에서 갓 캔 고구마에서는 사진처럼 상처부위에서 하얀 액이 나온다.

꼭 호미로 고구마를 찍지 않더라도, 딱히 상처가 날만큼 날에 혹은 손톱에 긁히지 않더라도 어딘가에는 반드시 상처가 나게 되어있다. 고구마가 상처를 안입더라도 고구마가 그동안 뿌리와 연결되었던 부위가 뜯어지면서 상처액이 나올 수 있다. 이 하얀 액체를 얄라핀이라고 부르는데 독은 아니다. 오히려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는데 그렇다고 빨아먹지는 말자.

이 얄라핀은 햇빛이 없어도 건조과정에서 굳어지지만 햇빛으로 건조하면 더 빨리 굳어진다. 상처부위에서 이 액체가 나오는데 건조하면 굳는다? 마치 우리 몸의 딱지 같다. 딱지가 굳지 않으면 병균이 침입하는 것처럼 얄라핀이 굳어야 곰팡이가 침입하지 않고 고구마 부패를 막을 수 있다.

햇빛과 상관없이 고구마를 건조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수분 때문. 고구마는 처음 캤을 때 내부에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다. 수분이 많다는 것은 부패하기 쉽다는 의미. 이 때문에 고구마는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일반적인 고구마가 씻지 않고 흙묻은 채로 보관하는 것도 이 때문일것이다. 상처부위에 수분이 들어가면 부패하기 쉽고, 그렇지 않더라도 씻는 과정에서 고구마에 상처가 생겨 균이 침입할 수도 있다.

보관하기 전에 33도온도/90%습도 환경에서 큐어링 처리를 하는데 딱히 시설이 없는 초보농부는 큐어링은 생략하자.

3. 고구마 보관은 어디에서?

고구마 보관에 대해 다양한 말이 많다. 어디서는 20도에 높은 온도에서 보관하라고 하고, 어디에서는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라고 한다. 다들 어느정도 맞는 말이지만 제일 쉬운 방법은 그냥 서늘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구마 수분을 주변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흡수력이 높은 종이인 신문지로 감싸기도 한다.

서늘한 곳이지 추운 곳이 아니다. 이 말은 11도 아래 온도에 두지 말라는 것이다. 겨우내 보일러 없는 외딴 창고에 두어도 안되고, 냉장고는 절대 안된다. 이유가 있다.

고구마는 본래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로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다. 고구마는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는 작물이다. 하지만 이미 본체와 분리되고 땅 속에서 나온 고구마를 계속 따뜻한 기후에 두면?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는 곰팡이 포자가 침범할 수도 있고, 고구마에서 다시 봄이 온 줄 알고 싹이 날 수도 있다. 싹이 난 고구마는 독성은 없기에 먹어도 되지만 고구마에 저장된 당분이 녹말로 변환되므로 맛이 떨어진다.

고구마를 냉장고같이 매우 차가운 데 두면 냉해를 입는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고구마가 갑자기 차가운 곳에 있으면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썩을 수 있다. 그럼 냉동실은? 차라리 냉동실은 냉장보다 낫다. 온도가 엄청나게 낮아 고구마 내 수분이 순식간에 얼게 되면 고구마가 스트레스 받을 새도 없이 바로 얼음이 된다. 원양어선에서 참치를 잡아 냉동보관 한 후 유통시키는 것과 같다.

고구마 말고 다른 작물들도 너무 사소해서 차마 이런것까지는 얘기안하거나 바빠서 농부들이 얘기 안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처음 농사 지어보는 입장에서는 작은 단어 하나하나 신기하고 어려운데 몸으로 하나하나 경험하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이해하는 농부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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