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을 맞이해 마늘밭에 멀칭을했다.
10평이 조금 넘는 작은 밭에 멀칭이라니. 사진에서도 느껴지지만 사실 멀칭은 작년에 썼던 비닐을 재활용한 것이다. 21년 겨울 오직 사람의 힘만으로 작디작은 밭을 개간한 직후 마늘을 심고 멀칭을 했다. 여기서도 비닐은 사지않고 이웃에게 얻어 썼는데, 올해는 그 비닐을 다시 그대로 멀칭에 쓴 것이다.

밭 전체를 멀칭하지는 않았고, 군데 군데 멀칭 하지 않은 이랑을 남겨두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2가지. 하나는 멀칭을 하기 위한 고정핀 갯수가 부족했기 때문이고, 하나는 실험을 위해서이다.
과연 내년 봄 멀칭을 한 곳과 하지 않은 곳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기 위함이다. 서귀포에서도 양지바른 곳인지라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으니 여기서는 멀칭하지 않고도 밭작물은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멀칭없는 마늘이 목숨만 부지하고 성장은 미미한지, 멀칭을 안해서 오히려 잘 자라는지 내년 봄 보도록 하자.
비닐멀칭말고 자연멀칭은 어떨지도 실험해보려고 한다.

멀칭의 이유는 겨울기간동안 땅의 온도를 유지하여 밭작물이 얼어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지만, 한가지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고 한다. 바로 잡초. 신기하게도 입춘이 되면 조금씩 자라는 풀들이 사람이 느낄 정도로 따뜻해지는 4월즘이면 무성하게 자란다. 크기는 작아도 워낙 많이 군데군데 있어서 다 뽑을 수도 없는 잡초들이 마늘뿌리로 갈 양분들을 뺏어먹는 것이다. 그것도 어린 마늘들을.

사진처럼 수없이 많은 풀들이 이미 제주에서는 2월, 중부지방에서는 3월 중순이면 돋아난다.
이들의 생명력은 끈질겨서 예초기나 사람손으로 제거할 수가 없다. 아무리 없애도 숨어있는 풀은 항상 있다.
봄에는 밭작물이 추위를 이겨내고 조금씩 자라는 상태.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 되기 전 어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시기에 끈질긴 적들이 양분을 뺏어가면 밭작물의 성장은 큰 방해를 받는다. 멀칭은 밭작물이 미처 성장하기 전 봄에 잡초들이 자라 작물 양분을 뺏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지온(땅의온도)을 유지하고, 잡초의 봄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멀칭의 목적이라면 굳이 그 재료가 비닐일 필요는 없다. 태양열을 받은 땅의 열기가 휘발하는 것을 막으면서 작물 옆 잡초가 태양빛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면 된다. 나는 지난 여름 수확 후 버려지고 말려진 땅콩 줄기를 사용했다. 땅콩 줄기가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크기가 적당하면서 마른 풀이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고구마줄기를 써도 되겠지만 이 친구는 아직 덜 말랐다. 마르지 않은 풀은 수분과 함께 곰팡이 등 식물에 안좋은 균사체가 있을 수 있어 쓰지 않는다.

냉장고에 방치된 마늘 한 움큼을 트레이에 심어보았다. 마늘심는 시기는 한참 지났기 때문에 한겨울 밭에 마늘을 심었다가는 아무리 제주라고 해도 얼어죽기 십상이다. 11월 이전에 심었던 마늘들은 이미 뿌리를 내리고 정착을 마쳤지만 이제 뿌리가 생길지 안생길지 모를 아기씨앗들을 한겨울 밭에 심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얼떨결에 베란다에서 물을 주며 키운지 단 며칠만에 마늘들은 엄청난 속도로 자라주었다. 분명 1주일도 안되었건만 이렇게 자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냉장고 마늘은 어엿한 아동 마늘이 되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아직은 매일 물을 주고 가꿔야 한다. 또 다시 서울에 다녀오는 며칠을 버텨주길 바라며 아동마늘은 트레이 상태로 밭에 묻어주었다. 물 줄 사람이 없어서 일단 노지밭에 두었다만, 서리가 내리기 전 반드시 다시 꺼내올 것이다.
'농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렇게 생긴 귤 먹어도 되나요? (0) | 2023.01.01 |
---|---|
간단하지만 맛이 확 차이나는 고구마 조리법 (2) | 2022.12.23 |
11월, 남들보다 늦었지만 결과는 좋은 고구마 수확 (0) | 2022.11.06 |
도시농업 정책워크숍 후기 (0) | 2022.11.03 |
제주 무농약 마늘을 심어보았다. (0) | 2022.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