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다고 안가면 큰일남. 텃밭순시로 감자 살리기
며칠째 제주도에는 비가 오는 중이다.
하지만 안오고 있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어플상으로는 하루종일 비가 오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비가 오는 시간은 하루 2시간이 안된다. 즉 장대비가 쭉 이어지는 장마라고 하기는 어렵고 하루종일 가습기 틀어놓은 것처럼 습하고 보슬비가 내리다 말다하다 아주 가끔 짧은시간 진짜 비가 오고는 한다.

어플의 화면으로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금요일 오전 2시에 비가 오고 오후 11시에 보슬비가 내린다고 해도, 혹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비가 내린다고 해도 어플에는 금요일 내내 비가 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일기예보만 보면 계속 비가 오니까 텃밭은 안보아도 되겠구나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비가 충분히 오지 않을 때에는 물을 주기도 하고, 밭을 순시하며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처리할 수도 있다. 식물은 생명이므로 자칫 문제를 놔두었다가 죽어버리면 나중에 다시 살릴 수 없다. 그래서 자주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노랗고 동그란 알이 생긴 감자의 모습이다.
비에 흙이 씻긴 것인지, 바람에 흙이 날린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땅 속 뿌리에 있어야 할 감자가 노출되어 있다.
외부에 노출된 감자는 햇빛을 받으면 녹색으로 변하는 녹변이 일어나고 녹변이 되면 독소인 솔라닌이 생겨 먹기가 곤란하다. 다행히 지금 발견했으므로 얼른 흙을 덮어준다. 이것을 북돋아준다 혹은 북주기 같은 말로 표현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40019&cid=50331&categoryId=50331
북주기
흙으로 작물의 뿌리나 밑줄기를 두둑하게 덮어 주는 일. 제초, 중경을 겸하여 하는 수가 많으며 두둑 높이기, 도복 방지, 잡초 발생 억제, 뿌리 보호, 줄기의 연화 촉진 등을 목적으로 함.
terms.naver.com
흙 덮기란 말이 거북한지 언뜻 들으면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표현하고 있다. 그냥 흙 덮기. soil hilling 이다.

땅 밖으로 노출된 감자를 다시 흙으로 덮어준다.
6월 후반이 된 시점에 저 정도 크기면 사실 많이 작은 편이다. 그리고 알도 별로 안달려있다.
이유를 말하자면 애초에 씨감자가 아니라 시장에서 산 감자가 싹이 나버려서 심은 것이기도 하고 심은 시기도 4월 후반으로 보통보다 늦다. 게다가 워낙 주변에 잡초가 많아서 햇볕을 받지 못했다. 지금의 감자는 잡초를 뽑고 잡초보다 작은 놈들은 고랑을 옮겨서 새로 심은 것들이 있다.

물만 주었는데도 어느새 꽃이 필 정도로 자란 감자.
애초에 잡초보다 성장이 빨라서 잡초보다 강하게 자란 큰 녀석이다.
모든 식물은 씨앗-줄기-꽃 순으로 성장하며 꽃을 내버려두면 꽃에서 씨앗이 생겨서 번식하게 된다.
생명들의 목적은 자기 유전자의 영원한 삶이므로 식물또한 자신의 유전자를 강하고 많이 퍼뜨리기 위해 꽃을 피우고 꽃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 말은 뿌리나 줄기같은 곳으로는 에너지를 그만큼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감자는 뿌리줄기 식물이다. 따라서 꽃에 에너지를 쏟은 감자는 그만큼 알이 굵고 많지 못하다. 때문에 꽃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도록 꽃을 따준다.
https://ko.dict.naver.com/#/entry/koko/5b420d1c16cf41b7a75d8c994306b7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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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따주는 것은 뇌피셜이나 농부들의 구전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이다.
지금도 공부중이고 곧 실행하겠지만 비료의 성분(질소, 인산, 칼륨 등) 또한 식물 생장에 과학적인 역할을 하며 이에 맞게 비료를 주어야 한다. 참고로 비료를 주는 것을 시비 라고 하는데 말만 어려울 뿐 그냥 비료주기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어플에서는 비가 온다고 되어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비가 온다고 하니 작물들이 충분히 비를 맞을 것이며 이런 날씨에 비맞으며 작업하면 힘들겠구나하고 밭에 가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다행히 아무 일이 없더라도 밭에 순시, 순찰을 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늘 작은 것이라도 문제는 있기 마련이니 웬만하면 식물 키우는 사람은 매일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