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원래 있던 고구마 밭을 다시 만든 사연
본래 6월말에 업로드했어야 하는 고구마 밭 만들기.
시간을 맞추지 못하다 보니 이제 업로드한다.
고구마는 지역 5일장에서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보통이다.
감자는 감자를 심으면 싹이 나지만 고구마는 기다란 고구마 줄기를 사서 심는다. 이렇게 심는 고구마 줄기는 시장에서 보통 고구마 모종이라고 판해하며 이것을 팔 때가 바로 고구마 심기 적절한 때이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로 대게 무엇을 심기 적절한 때에 시장에서 모종을 판다.

사진 아래부분부터 위까지 넓은 잎을 가진 것들은 전부 고구마이다.
아래부분 고랑과 위가 고랑 색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아래부분은 이전에 심었던 것, 그리고 위부분은 고랑을 다시 만들어서 다시 심은 것이다. 같은 고구마 모종이고 한날 한시에 구입해 심었는데 고랑 컨디션이 안좋아서 다시 밭을 만들었다.

왼쪽은 새로 만든 고랑, 오른쪽은 기존에 있던 고랑이다.
오른쪽을 전부 파헤치고 흙을 모아 왼쪽처럼 만드는 것이 이번에 했던 고구마 밭 만들기 작업이었다.
도구는 오직 쇠스랑과 괭이 뿐. 나 혼자 하니까 작은 밭 만드는 것도 며칠이 걸렸다. 하루종일 하면 하루안에 되겠지만 덥고 힘들고 하루에 6시간 이하로만 일하겠다는 나만의 원칙이 있어서 오래걸렸다.


쇠스랑과 괭이의 사진이다. 이렇게 생긴 친구들은 텃밭을 가꾸는 데 있어 매우 필수인 것들이다.
생각보다 무겁다. 체감무게는 2~3kg 정도. 무게중심이 자루 끝에 있고 위험하므로 휴대할 때는 자루 끝을 손으로 잡고 다니도록 한다.

고구마는 대표적인 뿌리채소.
뿌리에 열매가 맺히고 비대해진다. 따라서 뿌리에 열매가 크게 맺힐 수 있도록 돌을 골라내고 흙을 크게 쌓는 것이 좋다. 간단히는 관리기를 사용하면 사진보다 더 큰 이랑을 만들 수 있는데 나는 괭이와 쇠스랑으로 일일이 만들었다. 관리기같은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돌이 워낙 많아서 기계가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본래 마늘밭에 그대로 심었는데 마늘밭은 작년에 처음 제주도에 와서 밭갈이를 했던 곳. 당시에는 괭이와 쇠스랑도 없어서 삽으로 했다. 도구도 요령도 시간도 없었던 때. 걸어다닐 수만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지라 바위만 뽑는데 집중했고 돌제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돌제거를 해야 하므로 고랑을 다시 파서 돌을 일일이 제거했다.

고랑을 다시 만든 곳과 아닌 곳의 차이.
일단 흙의 높이부터 왼쪽이 꽤 높다. 사진으로는 차이가 별로 안나지만 직접 보면 제법 차이가 있다.
왼쪽에 비해 오른쪽 이랑에는 잡초도 아닌 무언가 회식의 것들이 알록달록하게 많이 있다.
저것은 대부분 돌이다. 언뜻 생각나는 돌맹이가 아니라 주먹크기의 돌들이다. 고구마 뿌리가 성장하기 전에 이 돌들을 없애줘야 조금이라도 멀쩡한 열매가 생겨날 것이다.

고랑을 다시 팠던 이유는 돌제거 말고 한가지 더 있다.
본래 이 밭에는 경사가 있었다. 경사가 왜 있냐하면 한쪽에 흙이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의 위부분에는 흙이 많이 쌓여있었고 이 때문에 경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되면 이곳을 걸어다닐 나와 부모님도 불편해지고 앞으로의 작업에도 피곤해지므로 흙을 파내서 경사를 없애주었다. 물론 기계는 없다.

밭에 이랑과 이랑 사이의 길을 고랑이라고 한다.
아마 이랑보다는 고랑이 더 한번쯤 들어보았을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고랑, 작물이 심겨진 언덕이 이랑이다. 문데는 고랑이 너무 작으면 여기에 앉아서 작업해야할 농부 입장에서 너무 불편해진다. 이전 마늘밭에 고랑이 너무 작아서 걸어다니기도 힘들었고 일일이 손으로 뽑았던 수확기에는 더욱 힘들었다.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내가 다닐 수 있도록 이랑을 새로 만드는 겸 고랑도 넓게 파주었다.

한 이랑의 길이는 3m 로 정했다.
3m 인 이유는 이전 마늘밭이 3m 이었기 때문.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다만 고구마와 고구마 사이는 50cm 로 손으로 두뼘 반 정도로 어림잡아 계산했다. 위에서 말했듯 고구마는 뿌리채소로 앞으로 뿌리가 커질 것을 생각해서 거리를 넓게 잡았다.

잎과 반대되는 부분, 즉 사진의 아래부분이 고구마 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붉은색 줄기에서 뿌리가 나오고 이것이 비대해지면 고구마가 된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고구마 양옆에 왜 돌이 없고 흙이 많이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간다. 지금은 그냥 대충 심으면 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뿌리는 커지고 외부에 노출되거나 다른 고구마뿌리 혹은 돌과 부딪힌 뿌리는 죽거나 작아질 것이다. 당연히 고구마도 안열릴 것이다.
6월초에 심고 월말에 다시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심은 고구마 심은 사연.
이제 여름이라 돌제거는 커녕 잡초방제만으로도 벅찬데 가을에는 다시 돌제거를 해서 정상적인 밭으로 만들어야 겠다. 참고로 잡초방제도 지금 전부 손으로 하고 있는데 제초제를 뿌릴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는 손으로 뽑는 수밖에 없다. 왜 손으로 하는지는 다음 이야기에서 얘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