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농약 텃밭 땅콩을 수확해보았다.

10월초, 그동안 방치해서 키운 땅콩을 수확했다.
겨우 2평, 어디가서 땅콩농사 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작았다. 그리고 이 2평에서 땅콩을 수확했다는 것은 이제 내년에도 2평 밭에서 무언가 수확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진에 보이는 잎이 작은 나무가 바로 땅콩이다.
여기서 알 수 잇듯 땅콩의 콩은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땅콩은 이름 그대로 땅 속에서 볼 수 있다.
뿌리에 매달리는 여러 개의 혹들이 점차 커지면서 큰 구체가 되는데 이것이 땅콩이다. 그럼 수확기인지 알기 위해서는 매번 뿌리를 보며 혹이 커졌나 확인해야하는데, 이렇게 하면 몇 번만 해도 금방 죽게 될 것이다. 모든 식물은 뿌리를 뽑았다가 다시 땅에 심으면 처음에는 살지만 이것을 반복하면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일반적인 수확기에 맞추어 땅콩을 수확한다. 일반적으로는 8월후반부터 9월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제주. 늘상 온도가 따듯하고 서리도 꽤 늦은 편이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하는데 서리가 늦으므로 수확도 늦다. 서리에 더하여 지금 밭에 흙더미를 쌓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 땅콩들이 흙더미에 깔릴까봐 지금 수확한 면도 있다.
뿌리에 매달린 땅콩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양이 많은 땅콩농부들은 탈곡기를 쓴다지만 삽자루도 부러져서 삽도 없는 마당에 그런 고급 기계가 있을리가 없다. 당연히 손으로 일일이 털어낸다.

아무리 작은 밭에 재미로 하는 농사라도 모든 일은 반드시 장갑을 껴야 한다.
사람의 피부는 생각보다 많이 약하다. 흙속에 묻힌 돌에도, 갑자기 나타난 벌레에도, 심지어 그냥 흙알갱이에도 아주 쉽게 손이 상한다. 어떻게 내가 아는가 하면 사실 알고싶지 않았다...
어째 주변 농협에서는 감귤 외에는 농약이나 비료가 없어 한번도 농약을 주지 않았다. 별로 농약을 원하지도 않았지만 원했어도 없어서 뿌리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 밭의 작물들은 오직 물과 햇빛으로만 자랐다. 지금은 고구마가 물만 먹으면서 자라고 있다.

뿌리에서 막 털어낸 땅콩들을 모아 물에 풀었다.
본래 농약을 모을 목적으로 둔 큰 통이지만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거대한 빗물받이가 되었다. 이 큰 통에 땅콩들을 풀어버리면 땅콩에 딸려나온 벌레나 흙알갱이 같은 이물질이 쉬이 떨어져나올 것이라 믿는다.
땅콩이 물에 가라앉을까 걱정했는데 땅콩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모두가 물에 잘 떠있고 화분으로 땅콩만 건지니 아주 간편했다.

물에 한번 씻은 땅콩들은 이제 건조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조 없이 습한 상태로 두면 금방 썩기 마련이다. 풀이나 뿌리만 제거한 채로 땅콩들을 모아 집에서 건조해야 겠다.
문전옥답 식으로 집 앞에 밭이 있다면야 햇빛 잘드는 밭에서 건조하고싶지만 밭에서 집까지 차로 30분이 걸리는 거리이므로 얼른 땅콩만 챙겨서 가야 한다.

얼마 안되는 땅콩을 수확하고 잔해는 옆에 던져두었다.
사진에서도 보듯 지금 밭에는 흙더미를 쌓고 있다. 지금까지 흙이 부족해서 땅을 파기도 힘들고 감귤밭도 다른 곳이랑 다르게 이상한 형태로 되어있었다. 이제 이르면 11월, 혹은 내년 초에는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처음 개간한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밭준비가 다 안끝났다. 작물 잘키우는 것보다 밭부터 만드는데 이렇게 오래걸릴줄이야.
2평 땅에서 땅콩을 혼자 수확하는데 걸린 시간은 몇시간이다. 하지만 체감상 하루종일 걸렸다. 농사 유튜브나 글로 보면 정말 별 것 아니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챙기면서 하는 것은 챙길 것이 많다. 기본적인 장갑 챙기기부터 수도점검, 앉을 자리에 돌이나 벌레, 유리조각이 없는지 확인하기, 촬영하기, 수확한 땅콩에서 이물질 골라내기, 운전하기, 차점검 등등 아주 작은 일조차 모두 책임져야 한다. 몇백평씩 여러 작물을 수확하는 청년농부들은 고민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