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마늘정식부터 쪽분리, 멀칭제거까지 마늘텃밭 일상(feat 멀칭실험결과)

껄껄껄 2023. 3. 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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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비닐멀칭, 유기물멀칭, 멀칭안한 곳 그리고 집 베란다에서 트레이에 키운 묘종까지

여러 스타일로 가꾸어오던 텃밭 마늘을 한 곳에 옮겨 동일한 토양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키우게 되었다.

2월부터 따스해지던 서귀포의 봄은 이제는 얇은 옷 2벌만 입고도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따듯해졌다. 따듯한 봄이 왔다는 것은 농부가 바빠져야할 때라는 소리이다. 봄에 해야할 일이 제법 많기 때문.

서리 걱정이 전혀 없을정도로 따듯한 날씨가 계속되면 겨우내 일부 둔덕에 깔았던 비닐멀칭을 제거해준다.

본래 겨울에 멀칭했던 이유는 지온유지와 수분증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봄이오고 점점 더워질수록 지온은 따듯하다 못해 뜨거워지고 토양의 수분은 빨리 증발되어 비닐 멀칭 속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식물병의 가장 큰 원인인 곰팡이가 쉽게 발생한다. 모든 식물 재배의 기본은 곰팡이를 방지하는 것이다.

비닐멀칭 제거 방법은 간단하다. 비닐을 땅에 고정시킨 철핀을 제거하고 부드럽게 벗겨내면 된다.

방법은 간단한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전하고 간단하게 체력소모 없이 하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람이 잔잔하거나 불지 않는 날씨에 해야만 한다. 안전은 작업자인 나의 안전도 물론이지만 작물인 마늘의 안전도 중요하다. 마늘이 상처 없도록 조심히 비닐을 벗겨내야 한다.

비닐멀칭을 벗기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호미를 핀 고리에 끼워 핀을 제거한다.

핀이 꽂힌 채로 비닐이 날리지 않도록 핀은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 땅에 설렁설렁 박혀있도록 해준다.

2. 핀이 꽂힌 비닐은 살살 들어올린다.

비닐을 확 들어올릴 경우 갑작스런 바람에 비닐에 꽂힌 핀이 나를 때릴 수 있다. 마늘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3. 비닐과 핀을 분리한다.

한 손으로 비닐을 들고 있는 채로 다른 손으로 핀을 빼낸다. 한 손으로 비닐을 들고 있는 것은 비닐이 갑작스런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비닐 멀칭을 제거하는 한편, 이번에는 트레이에서 키워온 마늘을 본 밭에 심도록 하자.

여기서 본 밭은 당연히 멀칭 없는 곳이다. 본래 마늘은 11월 이전 종구를 심어 겨울을 나면서 성장한다. 만약 11월 이후에 심게 된다면? 새싹이 나기도 전에 강추위에 얼어죽거나 성장이 매우 느려 도태될 수 있다. 나는 지난 겨울 집에 남는 마늘을 하는 수 없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트레이에 심어 가꾸었다. 이제 무럭무럭 자란 마늘 때문에 트레이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니 트레이의 마늘들을 옮겨심어주자. 이렇게 어린 묘를 본밭에 옮겨심는 것을 정식이라고 한다.

트레이에 있는 마늘을 옮겨심으려면 먼저 밭부터 준비되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난 2월부터 돌밭을 일일이 삽질해서 밭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지난글에 있다.

다행히 제주는 따듯해서 2월에도 오후 5시까지는 문제없이 일할 수 있었다. 돌을 골라면서 밭에 잡초 씨앗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고 어떠한 벌레도 없었다. 오랜 세월 흙이 다져지면서 흙은 단단해 져서 물과 공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흙을 부셔주고 생누룩 유기질비료를 뿌려주고 다시 10일이 지나서야 이랑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힘들어서 이랑을 많이 만들지 못하고 단 2개만 만들었다. 비닐멀칭제거부터 이랑만들기, 트레이 이식, 쪽분리 안된 마늘 손질까지 모든 작업을 반나절안에 하니 제법 힘이 부쳤다. 본래 한 두둑에 한 줄로 심는 것이 맞지만, 일단 힘든 관계로 지그재그로 두 줄을 심었다. 지그재그로 심은 이유는 2열로 나란히 심을 경우 마늘이 자라면서 서로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커나갈 마늘의 미래를 생각해 마늘이 장성한(?) 후에도 공간부족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쪽분리가 덜 된 마늘들을 손질해 줄 차례이다.

트레이가 아닌 정상적으로 가을에 심었던 마늘들은 본래 한 쪽씩 한 뼘 간격으로 심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난 가을에는 고구마 수확과 마늘 심기를 동시에 했던 터였다. 물론 그 때도 혼자 했고, 기계는 전혀 없었다. 더구나 밭공사를 하기 전이라 밭의 50%는 미니토산을 쌓아 놓아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적었다. 이렇게 혼자 고군분투했던 마늘심기 시절이 있었다.

https://blog.naver.com/wjdwodn1119/222899289395

 

제주 무농약 마늘을 심어보았다.

땅콩을 수확한 빈 자리를 그냥 놔둘 수 없다. 10월에 심으면서 특별한 관리 없어도 알아서 잘 생존하고,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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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마늘을 심을 때도 쪽분리를 제대로 안하고 일부 심었던 것이 있었다. 그렇게 쪽분리가 안된 상태로 통마늘을 심으면 사진처럼 한 뿌리에 여러개의 마늘들이 자라게 된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한 뿌리가 아니다. 단지 쪽분리가 안되어 한 뿌리에 여러개가 나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실제로 이렇게 쪽분리가 안된 마늘은 뽑아서 이렇게 쪽분리를 한 뒤 다시 심어주면 된다. 이 때도 주의할 것이 있다.

지상에 드러난 마늘이 한 뼘 길이는 충분히 될 때 쪽분리를 하는 것이다. 지상부가 짧을 때 마늘을 뽑으면 뽑히지 않고 괜히 줄기만 부러지곤 한다. 괜히 어린 마늘 일찍 손보려다 싹수를 부러뜨린 것이다. 이런 친구들은 나중에 충분히 자란 뒤에 다시 쪽분리를 하게 된다.

 

세 사진은 각각 유기물멀칭, 비닐멀칭, 멀칭안한 밭의 마늘 이다.

일부러 작년 가을 마늘 심고 3가지 버전으로 멀칭을 진행했었다. 그 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아무 차이가 없었다.

적어도 3월 초 현재까지는 마늘의 상태로만 보면 모두 동일했다. 비닐 멀칭된 두둑의 마늘이 굵게 자랐나 하면 그 옆 무멀칭 두둑도 굵게 자랐으며, 다시 그 옆 비닐 멀칭 두둑의 마늘은 부실했다. 내 간단한 실험의 결과로만 보면 멀칭의 종류는 이곳 서귀포에선 의미가 없으며, 다만 두둑의 높이가 높아 뿌리 부분에 암반이 적게 닿을 수록 마늘은 굵게 자랐다.

멀칭 종류와 유뮤에 상관없이 마늘이 자랐다면 유기물멀칭>무멀칭>비닐멀칭 순으로 그 효용성이 크다.

마른 고구마 줄기의 유기물 멀칭은 봄-여름 되어가며 유기물이 자연스럽게 토양으로 스며들어 아주 조금이나마 비료역할을 할 수 있다. 이보다도 유기물이 햇빛이 땅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막음으로서,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무멀칭은 겨울 추위 때문에 잡초가 자라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마늘이 잡초보다 먼저 부지를 선점하게 되어 나중에 잡초가 자라게 되더라도 마늘이 잡초에 밀려 상하는 일은 잘 없다.

비닐멀칭은 마늘의 굵기에 도움이 안 되었을 뿐 아니라 괜히 잡초만 왕성하게 키워주었다. 비닐멀칭을 위해 쏟은 지난가을 내 노동력만 아까울 지경이다. 비닐멀칭으로 왕성하게 자란 잡초 제거까지 생각하면 비닐멀칭은 효과도 없는데 노동력만 많이 소모된 의미없는 행위였다.

지난해 봄에 비해 노하우도 쌓였고 실험데이터도 쌓았다. 마늘 뿐 아니라 앞으로 작년과 같은 작물을 재배할 때 이런 데이터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다. 더 쉽고 저비용 친환경 농사를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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