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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야기

6개월 걸린 농업경영체 등록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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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후반, 농업경영체 등록을 완료했다.

농업경영체 등록은 실제로는 5월 중순에 완료되었으나 내가 알게 된 날짜는 5월말.

신청접수 받았던 농관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전화로 알려준다고 했으나 전화는 없었고 결국 내가 직접 조회해본 끝에 등록 완료 사실을 알게되었다.

농업경영체 등록은 정부에게 공식 농업인 인증을 받는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없이 혼자서 자기 땅에 농작물을 사서 심고 기를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농업인 신분은 아니다.

만약 농업경영체 없이 전업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면 신분상 백수, 무직자이다. 씨앗을 비롯해 농자재 구매시 할인은 물론이요, 농업인에 해당하는 건강보험료 감면 등 여러 혜택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농업경영체는 이후 농업법인 설립이나 농협 조합원 가입의 필수조건이다.

출처: 봉화군청

농업경영체 등록 방법은 간단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 혹은 정부24에서 등록 신청서를 다운 받은 뒤 작성해서 각종 서류와 함께 각 지역의 농산물품질관리원 사무실에 제출하면 된다.

여기서 각종 서류들이 지역마다 다를 수 있는데 요지는 재촌자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이 농촌에 거주하고있고(등본), 직접 밭(논)을 갈며 농사짓고 있음(농지임대차계약서 혹은 부동산증명서)을 증명하면 된다. 이런 서류는 각 지역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농관원 사무소에 전화문의 하고 준비해야 한다. 농업경영체 신청방법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에 자세히 나와있다.

21년 겨울부터 시작해서 올해 5월까지 수개월간 황무지였던 땅을 개간하고, 삽이나 수레 등 농자재영수증을 취합하고, 작물을 심어 온전한 밭으로 만들고 나서 마지막으로 이 땅을 임대차계약완료하기까지 농업경영체 등록을 위해 걸린 기간만 6개월이 넘었다.

재촌자경, 즉 농촌에 거주하며 자기가 직접 땅을 경작하는 것은 언뜻보면 별 거 아니지만 막상 증명하려니 제법 힘들었다. 재촌은 그저 이사하고 전입신고만 완료하면 주민등본에 반영되므로 쉬웠지만 자경은 그렇지 않았다.

먼저 개간. 작년 겨울 처음 내려왔을 때 부랴부랴 아주 일부분만 개간을 하고 마늘을 심었다.

농지의 면적은 500평. 사진의 마늘 심은 부분은 대략 10평이 안되는 넓이로 이때부터 약 50배의 땅을 삽과 곡괭이로 3개월간 개간하고 나중에는 포크레인까지 동원한 끝에 무언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이 되었다.

자경증명 1.

왜 1이냐하면 이 다음에 2도 있기 때문이다. 농지를 경영하기 위해 삽, 수레 등 농자재를 구매했다는 증빙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농작물 판매실적을 증명해야 하지만 이제 막 작물을 심어보는 데 판매실적이 있을리가. 이런 농자재 구매 때마다 영수증을 모아 농자재구매실적 증빙을 위한 자료로 쓰게 된다. 저 영수증이 끝이 아니고 이 영수증을 바탕으로 몇차례 영수증 발급한 곳에 찾아가 구매증빙자료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 때 우리나라의 농정에 대해 상당히 어이없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https://wjdwodn1119.tistory.com/77

 

농사기록없는 일반인이 농자재구매영수증 끊은 방법

22년의 목표는 농업경영체/농지원부 등록과 지역적응이다. 농업인으로 성공하자가 아니라 제주 농업인이 되자가 목표로 소박한듯 보이나 쉽지만은 않다. 작년 겨울부터 계속해서 알아보고 도전

wjdwodn1119.tistory.com

자경증명2

앞에서 자경을 위해 내가 해온 노력(농자재구매)을 증명했다면 이제 법적으로 농지가 내가 경작하는 땅임을 증명해야 한다. 주인없는 땅이나 주인이 관리안하는 땅에 내가 농작물을 키워 농업소득을 올린다면 그것은 불법일 것이다. 합법적으로 내 소유거나 혹은 소유자의 허락을 맡아 내가 빌린 땅임을 확인해야 한다. 소유자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으로 그냥 말로 계약(구두계약)했다면? 그것은 불법이다. 특수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농지는 농지은행이 빌려준다. 소유자가 가족이면 일단 소유자가 농지은행에 땅을 맡기고 농민은 농지은행에서 땅을 빌린다.

이런 이유로 나는 땅 소유자인 아버지와 함께 농지은행에 가서 농지은행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끝에 합법적으로 농지를 임차할 수 있었다. 여기서 생긴 임대차계약서는 나중에 농업경영체 등록시 구비서류가 되었다.

농지은행과 사용대차 맺은 이야기는 아래 글에 있다.

위의 과정 끝에 재촌(주민등본)과 자경(임대차계약서, 농자재구매영수증) 증빙서류를 준비한 다음 4월 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방문해 경영체등록 신청을 했다. 신청서는 인터넷으로도 받을 수 있지만 그냥 사무실에서도 받을 수 있다. 신청서에는 농지 주소와 면적, 주요 경작 작물 등을 적어 제출한다. 경영체 등록 신청 후 약 1개월 간 이 사람이 실제로 작물을 기르고 있는지 현지 시찰을 하며 농업경영체 등록 심사를 한다.

사진은 농업경영체 등록 확인서의 일부이다. 사진에는 경작하는 주작물과 면적 등 농업경영정보들이 나와있다. 실제로 밭에 사무원이 들어와 이 밭이 위성사진과 비교했을 때 진짜 밭인지, 이 사람이 진짜로 농기계를 사용하거나 삽질을 하며 밭을 가꾸고 있는지, 신청서에 나온 주요 작물을 신청서에 나온 넓이의 땅에서 정말로 기르고 있는지 등 여러 방면을 검사한다. 나는 땅의 일부분은 마늘, 감자 등 각종 작물을 기르고 있다. 양이 매우 미약한 탓에 대부분 우리 가족이 먹을 텃밭이며 수확 후 남는 양은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3개월간의 개간과 2개월간 서류준비, 1개월 간 심사(농지임대, 경영체등록심사)를 거친 끝에 경영체 등록을 완료할 수 있었다. 농사는 그냥 삽들고 땅 파고 씨앗 아무거나 심고 대충 물주면 된다 했던 나의 안일한 생각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말한다. 할 것 없으면 농사라도 지으라고. 농사는 전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또다른 영역의 경영이고 할 게 없다고 아무거나 해본다고 쉽게 할 일이 아니다. 당장 농업인 신분 만드는 것도 거의 반년이 소요되었는데 그 다음 단계라고 쉬울리가 없다. 보다 긴장감을 갖고 이제는 농업법인 같은 다음 단계의 경영을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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