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1월, 제주도 귀농을 준비할 때 작은 밭에 시범으로 농사지은 작물이 있었으니 바로 마늘이다.
당시 밭은 전부 돌밭이라 몇평만 돌을 걷어내고 5일장이나 동네주민들이 주신 마늘을 심었는데, 농사체험(?)의 목적이어서 그리고 정신도 없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몰라서 품종 관계없이 아무거나 심고 아무 비닐이나 멀칭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것은 농사라 할 수 없고 그저 식물키우기에 불과하다. 본래는 지역환경에 맞는 품종 1개를 고르고 소독한 뒤 정식하는 것이 맞다.
어찌됐든 11월 마늘이라는 키작은 식물을 심었었는데, 과연 결과는?

생각보다 꽤 잘 자라고 있었다. 마늘 수확시기가 5-6월인데 벌써 이정도까지? 싶을 만큼 많이 자랐다.
작년까지도 관리가 되지 않았던 땅이라(돌밭이었음) 자연스럽게 오래 휴경지가 되어 지력이 컸기 때문인지, 햇볕이 잘들기 때문인지, 약간의 경사 때문에 배수가 잘되기 때문인지, 그냥 제주도는 다 이런것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잘 자라고 있었다. 문제는 잡초도 잘 자라고 있었다.

비닐멀칭을 한 이랑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해보았다.
확실히 비닐멀칭을 한 곳의 마늘이 더 크지만 큰차이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잡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멀칭하지 않은 곳은 잡초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마늘도 옆으로 눕지 않고 곧게 자라고 있다. 추정컨데 뿌리도 멀칭한 곳보다 더 튼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마늘은 뿌리열매 식물로 뿌리에 양분이 많으면 좋다.
적어도 제주도의 양지바른 밭에서는 멀칭은 안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실 멀칭은 농업 생산량을 크게 증대시킨 혁명적인 기술이다. 땅 위에 볏짚, 비닐 등을 덮어 지온(땅온도)을 유지해주어 겨울에 얼어죽는 것을 방지한다. 그리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으며 잡초방제의 역할도 한다. 잡초가 없을수록 작물과 잡초 사이의 양분경합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 농지가 겨울 피해를 별로 받지 않고 햇볕이 잘들어 지온이 유지된다면 굳이 멀칭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물론 다수확을 위해서는 확실히 멀칭이 효과있었다. 적어도 싹이 난 마늘의 수는 멀칭 한 곳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멀칭을 하는 수고와 비용, 그리고 잡초가 더 늘어난 결과를 생각하면 안하는 것이 낫겠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최남단으로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곳이다.
때문에 보통 경기, 충청, 영남, 호남 등 농가가 많은 곳들을 대상으로 하는 멀칭이나 농업기술, 특히 미디어에서 말하는 것들은 맞지 않는 것이 많다. 맞지 않는다는 말은 미디어 따라한다고 작물이 상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지 없다는 뜻이다.

취미농을 제외하고 생업농의 관점에서는 농업 작물 수량 극대화가 농사의 큰 목표일 것이다.
이를 위해 작물의 특성을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재배를 잘해서 품질좋은 수확물을 많이 얻을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학문이 재배학이다. 여기서 보듯 작물 수량에는 재배기술, 유전, 환경의 3가지 요소가 수확량에 영향을 미친다.
이 중 1가지만 엄청좋고 나머지는 매우 안좋다면 수량을 얻을 수 없지만 아주 기준에 미달하지 않는다면(병에걸린 종자, 폐수유입 등) 한가지 요소가 좋으면 수량이 늘어난다. 토양과 대기질, 햇볕등 환경이 좋다면 수량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나의 제주밭은 이런 점에서 꽤 좋다고 생각한다. 오랜 휴경, 적당한 바람, 햇빛, 해수없음, 과도한 농약노출 X 등 훌륭한 환경을 갖추었으니 이제 식물키우기를 넘어 제대로 농사를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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