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초에 비닐멀칭을 벗겨낸 자리에 중순을 맞아 다시 가보았다.
7개의 이랑 중 맨 왼쪽 하나는 처음부터 멀칭이 없었고 5개는 멀칭을 했다가 3월초에 벗겼으며, 맨 오른쪽 하나는 멀칭을 계속 놔두었다. 이렇게 멀칭안한그룹, 하다벗긴그룹, 계속하는그룹으로 나누었는데 그 결과는 사진과 같다.
각각 A, B, C 라고 해두자.
작물의 크기는 우선 멀칭계속하는그룹(C그룹), 멀칭안한그룹(A그룹), 하다벗긴그룹(B그룹) 순으로 나타났다.
멀칭을 계속해오고있는 C 가 가장 길이가 길었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비닐로 막으면서 동시에 지온도 유지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B 가 A 보다 월등히 나았다는 점이다. 멀칭 안한채로 겨울을 지낸 B그룹의 마늘들은 비록 줄기의 길이는 C 보다 작았으나 B 와 비슷했으며 줄기가 굵고 하늘로 곧게 뻗어있었다. 줄기가 굵다는 것은 튼실하게 작물이 자라고 있다는 의미로 바람같은 자연의 힘에도 넘어지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줄기의 굵기는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으나 직접 손으로 만져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줄기가 굵은만큼 뿌리가 튼실하게 뻗어있다고 유추할 수도 있겠다.
작물의 길이는 비슷한데 굵기가 굵은 것으로 보아 B 가 A 보다 좋은 방법이란 것을 알겠다.

겨울을 지내고 3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계속 멀칭중인 C 그룹이다.
멀칭 덕분에 지온유지가 지속되어 겨울을 잘 나고 무럭무럭 자란 마늘들이다. 그리고 멀칭 덕분에 잡초가 무성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잡초가 무성해지면 마늘에게 갈 토양의 양분까지 뺏어가기 때문에 좋지 않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해충들이 잡초를 타고 작물의 잎에 올라가기 때문에도 잡초는 반드시 없애주어야 할 존재다. 이런 잡초가 비닐에 막혀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호흡도 잘 못하기에 멀칭은 잡초방제의 한 수단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멀칭을 계속하는 그룹이 가장 결과가 좋았고, 그 다음으로 처음부터 멀칭안한 그룹이 좋았으며, 멀칭을 중간에 벗긴 그룹이 가장 나빴다. 멀칭은 할 것이면 제대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안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다.
다만 멀칭을 위해 구매하는 비닐, 쇠핀과 같은 자재 가격과 멀칭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 등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겨울에도 온도가 높아 냉해가 잘 없으며 항시 햇살이 잘 비추는 곳에서는 아예 멀칭 안하는 것이 좋다.

멀칭 실험을 끝냈으니 이제는 뒤처리를 할 차례. 무럭무럭 자란 잡초들을 제거해보자.
다행히 아직 잡초가 크지 않아 마늘과 한 눈에 구분이 간다.
그나마 3월 중순이라 이 정도인데 벌써 이러면 여름에는 잡초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걱정된다. 지금은 10평도 안되는 아주 작은 연습용 밭이 이정도인데 여름에는 넓은 땅에서 농사를 할테니 그 때 잡초방제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잡초들은 크기가 작아도 힘이 좋다. 잔뿌리를 땅에 단단히 박아놓아 뽑는 것도 만만치 않다. 몇시간을 걸려 호미질을 하고서야 잡초방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랑 위의 모든 잡초를 제거하지는 않는다. 이랑의 옆, 이랑의 절벽 부분에 있는 잡초는 내버려둔다. 이들은 큰 비 등으로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준다.
민둥산이 산사태에 취약한 것은 나무가 흙을 붙잡지 않아서이다. 나무가 많은 산은 나무뿌리가 토양에 깊게 박혀있기에 그만큼 토사유실이 적고 산사태도 적다. 이랑에서 잡초의 기능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죽은 잡초는 비료가 되기도 한다. 효과는 화학비료가 우수할테지만 최대한 친환경 자연농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풀도 요긴한 비료가 된다.
이제는 3월 후반으로 달려가는 시기. 제주도에는 고사리장마라고 4월부터 비가 무척 자주온다고 한다. 비도 비지만 바람도 많이 불게 된다. 이렇게 자연환경이 급변하기 전에 남은 멀칭을 벗겨 완전히 자연에 적응하도록 해야겠다. 온실 속의 화초를 갑자기 외부환경에 두면 금방 죽는다. 멀칭 속에 안락하게 있는 마늘도 여름의 장마와 태풍같은 큰 재해를 맞기 전에 미리 외부환경에 노출시켜 적응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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